유방 갑상선 전문병원으로 유방과 갑상선을 주로 진료하는데, 외과라는 이름이 있어서 그런지 피부에 혹이 있다고 방문하는 환자들이 은근히 있다. 예수병원에 있을 때는 암 환자 위주로 진료를 봐서 피지낭종, 표피낭종 그리고 지방종 등과 같은 피부 종물 환자들은 후배의사에게 보내던지, 아니면 주변에 가까운 외과나 피부과로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권했다. 그런데 이제 개인병원을 하다 보니 이런 피부 종물 환자들을 자주 접하게 되고, 수술을 하게 되니 피부 종물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여 정리해봤다.
피지낭종과 표피낭종은 종종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굳이 따지면 둘은 조금 다르다. 피지낭종(Sebaceous cyst 또는 Steatocytoma라 함)은 이름이 말해주듯 피지가 차있는 낭종이다. 피지샘이 막혀 분비되지 않은 피지가 쌓여서 덩어리가 생긴 것이다. 반면, 표피낭종(Epidermal cyst)은 이름과 같이 표피의 물질들로 형성된 낭종이다. 피부 세포나 각질 등이 상처, 염증, 수술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피부로 들어가 케라틴,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서 덩어리가 생긴 것이다. 피지낭종과 마찬가지로 피부 내부 형성 물질이 배출되지 못하고 피부 깊숙한 곳에 낭종 형태로 있으며, 안쪽에는 노란 치즈 같은 내용물이 채워져 있고 악취가 나기도 한다. 이들 낭종은 피부에 발생하는 양성 종양으로 몸의 어느 부위에도 생길 수 있지만, 특히 얼굴, 몸통,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등 털이 있는 부위에 주로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는 경향이 있고,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에 있으면 4~5cm이상 커져서 지방층이나 근육층까지 다다르기도 한다.
이들 낭종은 특징적인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특징은 낭종 위의 피부에 ‘구멍(Puncta)‘이 있다. 낭종이 형성되는 이유가 그 구멍이 막혀 분비물이 쌓여서 생기기 때문이다. 두 번째 특징은 낭종이 ’하얀 막(capsule)‘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구멍을 포함한 방추형 피부 절개를 하고, 또한 낭종을 감싸고 있는 막(Capsule)을 잘 박리하여 제거해 줘야 재발도 없고 깔끔한 수술이 된다. 나는 이들 피부 낭종을 수술할 때에 전기 소작기(보비)보다는 칼의 뒷부분(칼등)으로 살살 박리하여 막(Capsule)을 제거한다. 이때 기분은 사과껍질을 가늘고 얇고 균일한 크기로 끊어지지 않게 한 번에 껍질을 깎는 느낌이어서 낭종의 막(capsule)이 터지지 않고 잘 제거되면 왠지 성취감이 있다. 그런데 가끔 수술하다 막(capsule)이 터지면 사과 껍질이 끊어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이들 피부 낭종은 빙산처럼 피부에 만져지는 것보다 깊게 들어가 있어 크다. 그래서 피부와 막까지 같이 제거한 것을 보여주면 생각보다 크다고 대부분 놀라신다.
이들 낭종은 또한 쉽게 염증이 생겨서 붓고 빨갛게 올라오고 압통이 있을 수 있다. 이때는 바로 수술보다는 항생제 및 소염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가라앉히고, 수술하는 게 좋다. 마취주사도 더 아프고 수술 범위도 훨씬 넓어질 수 있으며 경계가 명확지 않아 깔끔하게 제거하기 어렵다.
지방종은 말 그대로 지방세포로 구성된 양성종양으로 얇은 피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표피낭종과 피지낭종은 피부 표면에 위치하지만 지방종은 피부 아래 피하 조직에 부드러운 공처럼 말랑말랑하게 만져진다. 통증은 거의 없지만 크면 주위 조직에 압박을 주어 압통 및 신경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치료는 원칙적으로 외과적 절제술인데 큰 흉터를 남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지방 흡입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박영삼<박영삼세이유외과 원장>
출처 : 전북도민일보(http://www.domin.co.kr)
원본기사 : 피지낭종, 표피낭종과 지방종 - 전북도민일보